제 목 산악달리기 건강법
작성자 클럽마라톤 - 2012-08-10 오후 1:01:14 


근력·지구력·평형성 등 골고루 향상…만성·관절질환 없으면 노인도 가능해
 

2년 전부터 주말마다 집 근처 안산(鞍山)에서 산악달리기를 하는 박모(56·서울 서대문구)씨는 체력이 젊은이 못잖게 강해졌다. 박씨는 “올 초부터 마포구에 있는 직장까지 조깅으로 출근하지만 지치지 않고, 20대 아들과 배드민턴을 쳐도 이긴다”고 말했다. 36인치였던 허리 둘레도 32인치로 줄었다.

산을 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포장 도로를 뛰는 평지 달리기와 산길을 걷는 등산의 운동 효과를 한 번에 보기 위해서다. 아웃도어 용품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산악달리기용 운동화의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다. 한국산악마라톤연맹은 지난해부터 각 시도별로 지역연맹을 만들 정도로 동호인이 늘고 있다.

산악달리기는 근력·지구력·평형성·유연성 등을 골고루 향상시킨다. 한국달리는의사들 이동윤 회장(외과 전문의)은 “산악달리기는 근력·심폐지구력 등이 고루 향상되는 전신운동”이라며 “울퉁불퉁한 산길을 뛰어 오르내려 러닝머신에서 일정하게 달릴 때보다 다리 근육이 골고루 길러진다”고 말했다. 또, 산악달리기는 평지를 달릴 때보다 에너지가 20% 더 소모되는 고강도 운동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장·노년층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할 만한 운동은 아니다. 기록 경쟁을 하는 경기가 아니므로 무리해서 달릴 필요도 없다. 이동윤 회장은 “심·뇌혈관이나 호흡기에 만성질환이 있거나 관절이 나쁜 사람이 아니면, 노년층도 얼마든지 산악달리기를 즐기며 건강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spphoto@chosun.com
건강 효과 & 주의점

산악달리기를 하면 포장 도로를 뛰는 평지 달리기와 산길을 걷는 등산의 운동 효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강도 운동이어서 주의할 점도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의 도움말로 산악달리기의 건강 효과와 주의점에 대해 알아봤다.


건강 효과

상·하체 모두 단련돼

산악달리기는 경사로에서 돌이나 나뭇가지 등을 이리저리 건너 뛰며 달리는 운동이다. 평지에서 달릴 땐 종아리와 허벅지의 앞뒤 근육을 주로 사용하지만, 장애물을 피하면서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종아리와 허벅지의 좌우 근육을 쓰게 된다. 이 덕분에 하체가 골고루 강해진다. 상체 역시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걷는 등산을 할 때보다 균형감각과 심폐지구력이 향상된다.

최대산소섭취량 늘어나

산악달리기를 하면서 복식호흡을 함께 하면 최대산소섭취량(숨을 한 번 쉴 때 폐를 통해 산소를 흡수해서 이용하는 양)이 늘어난다. 산소는 인체가 에너지를 몸 구석구석에 보낼 때 사용된다. 최대산소섭취량이 늘면 평소에 똑같이 숨을 쉬어도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걸어서 등산할 때보다 뛰면서 산을 오르내리면 폐활량이 더 늘어나 산길을 달리면서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실 수 있게 된다.

피톤치드 효과 최대화

산에서 달리면 걸을 때보다 숨을 두 배 이상 더 자주, 깊게 들이마신다. 이 때문에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효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피톤치드는 아토피나 감염성 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주말에만 뛰어도 체중 감량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고 싶을 때는 등산보다 산악달리기가 훨씬 효과적이다.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서너 번 이상만 뛰어도 살이 빠진다. 다만, 너무 짧게 뛰면 지방이 타기 시작하기 전에 탄수화물만 연소하고 만다. 다이어트 효과를 보려면 한 번에 최소 30분 이상씩 꾸준히 달려야 한다.

관절 무리 덜 받아

산악달리기를 할 때는 전용 운동화(트레일러닝화)를 신고 흙길을 달리기 때문에 포장 도로나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보다 관절 부담이 적다. 단, 속도를 내지 않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달려야 한다.

위험 요인

만성질환자에겐 무리

산악달리기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탈진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협심증·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이나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산악달리기가 위험하다. 산에서 달리면 심박동과 호흡을 위한 폐 운동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데, 만성질환자는 전신 건강상태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해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다.

2시간 넘으면 심혈관계 부담

건강한 사람도 초보자가 산에서 2시간 이상 달리면 심혈관계와 근육·관절이 무리를 받게 된다. 산악달리기에 입문한 지 6개월 미만인 사람은 달리는 총 시간을 2시간 미만으로 제한한다. 초보자 코스에 익숙해진 뒤에 달리는 시간을 늘리거나 오르막·내리막 변화가 많은 코스로 차차 바꾸면 된다.

발 잘못 디디면 근육 부상

산악달리기는 주행 방법이 평지 달리기와 다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다리 근육 부상을 당한다. 오르막에서는 발을 앞부분부터 디디면 종아리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오래 달릴 수 없다.따라서 오르막에서는 발 뒤꿈치부터 딛거나 앞부분과 뒤꿈치를 동시에 닿게 해 뛴다. 그러나 내리막에서는 뒤꿈치부터 닿으면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내려갈 때는 뒤꿈치를 살짝 들고 허리를 편 채로 뛰어야 균형이 잘 잡힌다.

미세한 근육 손상도 쉽게 악화

고강도 운동인 산악달리기를 몇 시간씩 하고 나면, 통증은 없어도 근육이 미세하게 손상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사우나에 가면 근육 조직이 부으면서 염증과 부종이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산악달리기를 한 뒤에는 뜨거운 물이 아닌 시원한 물로 다리를 씻으면서 손상된 근육을 가라앉혀야 한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