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마라톤과 무릎
작성자 클럽마라톤 - 2013-04-15 오후 4:18:00 

1995년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유산소 운동은 사망률을 44%나 감소시킨다고 한다. 우리는 단순히 달림으로 해서 알게 모르게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듯이 달리기는 심폐기능을 향상시키고, 성인병의 발병을 줄여주며,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비만을 예방할 수 있으며, 근골격계를 강화시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정신적 기능을 끌어올려 나날이 늘어가는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으니 그 장점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하겠다.

이러한 많은 장점들을 절감한 덕분일까. 최근의 마라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생업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렇게 많은 혜택을 포기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달리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겐 마라톤을 함으로써 무릎에 관절염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또한 달리기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하며 이는 달리지 않는 의사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과연 그럴까? 정형외과 의사인 내게도 이는 큰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1년 조금 넘는 동안 하프코스(21.0975km) 9회, 풀코스(42.195km) 9회를 완주하면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즐거운 달리기를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은 살아있음의 또 다른 행복이며 훈련과 완주의 경험은 적지 않은 자산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에 직면하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미국에서 25년간 조사된 달리기 부상에 대한 보고서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자들이 일년에 한두번의 부상을 경험한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앞으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남아있기도 하다.

달리기 부상... 그렇다, 그 장점 많은 달리기를 막 달리다 보면 여기저기 아프게 된다. 그것이 이름하여 부상이고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고민하게 된다. 아픔을 참고 더 달릴 것인가, 아니면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인가?

무릎 부상은 발목 부상과 더불어 달리기 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고 각종 대회에 나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마라톤 기록과 경험은 미미하지만 달리는 의사로서 그리고 정형외과 의사로서 어떻게 하면 부상을 예방하고 치료하여 즐거운 달리기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까를 무릎에 국한하여 달리기 동호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본다.

그럼 먼저 달리기 전에 함 걸어보기로 하자.

걷기(Walking), 달리기(Running)

천천히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는 건 때로 사색의 걸음일 수 있다. 눈을 감고 한걸음 한 걸음(gait cycle, srtide) 발걸음을 옮겨보자. 발을 땅에 딛는 시기(stance phase)가 있고 발을 앞으로 옮기는 시기(swing phase)가 있다. 유난히 천천히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발을 앞으로 옮기는 시기보다 땅에 딛는 시기가 더 길다. 때로는 이상을 꿈꾸기도 하지만 현실에 바탕을 두는 경향이 더 강해서일까...

어쨌든, 조금씩 빨리 걷기 시작하면 딛는 시기는 짧아지고 옮기는 시기는 길어진다. 그러다가 딛는 시기보다 옮기는 시기가 길어질 때, 바로 이때 우리는 달리기 시작하게 된다.

‘running’. 걸을 때는 두발을 동시에 딛는 시기(double support)가 있지만 달릴 때는 이 대신에 두발이 동시에 땅에서 떠있는 시기(double float)가 있을 뿐이다. 걷기에서 달리기로 전환되는 속도는 대개 8.96km/hr라고 한다. 1초당 2.5m이니 100m를 40초에 달리는 셈이고, 1km에 6분40초 걸린다. 자, 처음엔 1km만 달려도 힘이 들더니 5km, 10km를 달리게 되고, 급기야는 하프대회에 참가하고 이제는 드디어 풀을 생각하게 된다.

아, 꿈의 42.195km. 이걸 완주해야 드디어 마라토너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많이 달리다 보니 무릎이 아픈 것이다.

러너스니(Runner’s Knee)

말 그대로 달리는 사람들의 무릎이다. 그냥 막 달리다 보면 무릎 앞쪽에서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이 통증은 왜 오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먼저 뭐든지 그렇듯이 이름(해부학적 명칭)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순서라 하겠다.

자, 모두들 왼쪽 무릎을 펴고 왼손으로 무릎을 만져보자. 앞에서 동그란 뼈가 만져질 것이다. 이것이 무릎뼈인 슬개골(patella)이다. 이번엔 왼손으로 무릎을 만지는 상태에서 무릎에 힘을 주어보자. 무릎뼈 위와 아래에서 뭔가 단단한 게 만져지고(위:대퇴사두건, 아래:슬개건), 양 옆으로 좀더 세밀히 만져보면 또 뭔가 움찔하며 만져질 것이다. 이것이 넓적다리 근육이 무릎뼈에 양 옆으로 붙으면서 생긴 인대 같은 조직으로 지지대(retinaculum)라는 것이다. 여기에 만성적으로 반복적인 힘을 받아 이 조직에 염증 등 손상이 생겼을 때를 러너스니라 한다.

많이 달리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통증이다. 통증이 바로 무릎을 싸고 있는 이 무릎뼈 주위에 있고, 점차 달릴수록 심해진다.

이것을 처음 기술한 George Sheehan는 오래 달리면서 무릎뼈 안에 있는 연골(cartilage)이 퇴화되면서 약해지는 연골연화증(chondromalacia patella)라고 생각했으나 정형외과 의사인 Stan James가 그와는 무관하게 주자들에게서 무릎뼈 주위의 인대 조직들에 오는 통증을 일컬어 러너스니 라고 한 것이다.

1978(peripatella pain syndrome, medial patellar retinaculitis)

자, 그럼 러너스니가 어떤 것이지 알았으니 이번엔 그 원인을 알아보자.

달릴 때 무릎은 발목 & 발바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자,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천천히 달려보자. 먼저 오른발을 딛고(stance) 왼발이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다시 오른발이 나간다. (swing) 즉 오른발이 땅을 딛고 있을 때(stance)와 앞으로 나가는 때(swing)로 구분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달리기 부상은 바로 이 딛는 시기(stance phase)에서 발생한다. 이 발이 땅에 딛고 있는 그 짧은 순간을 다시 나눠보면,

1.발뒤꿈치가 땅에 닿고(heel strike). 2.발바닥이 전부 땅에 닿고(midstance). 3.발가락(주로 1, 2번째)이 땅에서 떨어지면서(toe-off) 앞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딛는 시기에서 다리를 앞으로 치고 나갈 때의 힘 발생에 있어서는 발목(ankle)이 가장 중요하고, 착지 시에 충격을 흡수하는 데는 무릎(knee)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달리기에서의 무릎 부상을 이해하려면 착지, 즉 딛는 시기에서의 발의 변화를 잘 알아야 한다.

즉, 위 1.2.3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발은 바깥쪽이 먼저 땅에 닿으면서 회외전(回外轉, supination) 되고, 곧바로 안쪽이 땅에 닿는 회내전(回內轉, pronation)되었다가 다시 회외전 되면서 땅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참고 : 회외전=내번(內飜, inversion)+내전(內轉, adduction)

회내전=외번(eversion)+외전(abduction)

바로 이 때, 발이 보다 많이 회내전(pronation) 되면 이것이 무릎에서는 비틀림으로 작용하여 무릎뼈에 붙어있는 인대 조직들에 스트레스를 가하게 되고 이게 계속 반복되다 보면 무릎에 통증을 유발시키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신발을 보면 대개 신발 안쪽이 많이 닳아져 있다. 이런 면에서 신발 선택 또한 중요하다. 즉 미드솔(midsole)이 견고하고(firm midsole) 발뒤꿈치를 싸주는 부분(heel counter)이 단단해야 한다.(rigid heel counters)

역시 이것은 대표적인 과사용 손상(overuse injury)의 하나이다.

과사용 손상이 무엇인가? 달리기 같이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에서는 해당 부위에 주기적인 부하(cyclic loading)가 계속되고 이로 인해 뼈, 근육, 인대에 만성적인 미세손상(chronic microtrauma)이 가해져 초래되는 손상을 말한다.

즉, 축구나 농구같이 단번에 큰 손상(single acute macrotrauma)이 일어나기 보다는 알게 모르게 아주 조금씩, 현미경으로 봐야 세포가 손상되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무시하기 쉬울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때문에 그런 명귀가 있지 않은가, “Listen to your body!” 사실 말은 쉽지만, 달릴 수록 제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빠르게 달리든 느리게 달리든, 마라톤은 기록 경기이기에 아무래도 기록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기록에의 욕심이 결국은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바꾸어 말하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훈련과 적절한 휴식을 통하여 과손상을 막는 길만이 즐거운 달리기로 가는 첩경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늘 명심하자

장경(인)대 증후군(Iliotibial Band Friction syndrome)

아마 마라톤을 하면서 누구나 장경인대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마라톤 사이트 어디를 가봐도 소개가 되어있을 정도로 마라토너에게 익숙한 이것도 역시 과사용 손상 중의 하나이다.

먼저 장경인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자. 모두들 자신의 무릎 옆에 손을 대보기 바란다. 무릎뼈(patella) 바로 바깥쪽을 보면 홈이 파진 것처럼 쏙 들어간 부분이 있고 그 바로 옆에 뭔가 밴드(band)같이 딱딱한 것이 약 3-4cm넓이로 만져질 것이다. 달리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쉽게 보인다. 군살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부위를 다시 집중적으로 보자. 그 밴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이 밴드가 ①윗쪽은 무릎뼈 바깥쪽과 만나고, ②아랫쪽은 뭔가 톡 튀어나온 뼈의 돌출 부분(Gerdy’s tubercle, 결절)과도 만나는 걸 알 수 있다. ③이 거디씨 결절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위에도 뼈가 약간 튀어나온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가 문제의 대퇴 외상과(femoral lateral epicondyle)이며 장경인대가 이 부위를 자주 지나칠 때 마찰(friction)을 일으키며 통증을 일으킨다 하여 마찰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그리고는 이번엔 위로 올라가 보자. 넓적다리를 앞뒤로 나누는 중간부분에서 위로 올라가며 넓어지며 주위 근육과 잘 구분이 안가면서 엉덩이뼈(hip bone)의 일부인 장골(腸骨, ilium)에 붙게 된다. 즉 장골(ilium)에서 시작하여 길게 아래로 내려와 경골(脛骨, tibia)에 붙기 때문에 이름이‘장경(腸脛, iliotibial) 인대’인 것이다.

장경인대 (마찰)증후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위가 위에 언급한 세번째, 바로 대퇴 외상과 부위이다. 무릎이 30도 정도 구부러진 상태에서 장경인대와 외상과가 만나는데, 이 부위를 수도 없이 지나치며 만나다 보니 문제가 생기나 보다. 때론 붓고 열도 나고. 그리하여 이 손상의 특징은 무릎 바깥쪽, 특히 외상과 부위에 가벼운 통증부터 심한 통증까지, 달릴 때 나타났다가 쉬면 괜찮고, 다시 달리면 아픈 것이 특징이다.

그럼 어떤 경우에 이 손상이 더 잘 생길까?

1훈련강도를 갑자기 높이던가 너무 많이 달리게 되는, 즉 모든 과사용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2신발이 너무 단단하여 발의 회내전(pronation)을 제한하는 경우, 3O자형 다리, 요척족(凹蹠足,cavus foot), 다리 길이 차이 등 원래 생긴 대로 나타나는 해부학적 원인, 4내리막길이나 도로의 가장자리(경사진)를 많이 달리는 경우 등 결국 장경인대에 팽팽한, 뭔가 당겨지는 힘(strain)이 과도할 때 이 손상이 일어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1과사용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2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으며 3신발에 쐐기(wedge) 등으로 교정하며 4평평한 평지를 달리고, 또한 일반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통하여 근육의 유연성을 기르고 근육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과사용 손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연성(flexibility)과 근력(strength)의 부족에서 온다고 하겠다. 달릴 때 주로 사용되는 세 가지 근육, 즉 골반과 무릎, 그리고 발목에서 작용하는 함스트링(hamstring), 대퇴사두근(quadriceps), 장딴지근육(gastrosoleus )이 근력과 유연성이 부족하면 달릴 때 주위에 미치는 힘을 흡수하지 못하고 결국 주위 연관조직에 손상을 가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의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부상 예방의 열쇠라고 하겠다.

슬개-대퇴 증후군, 슬개골 연골연화증

슬개-대퇴관절(patellofemoral joint)은 무릎의 앞쪽에 있는 관절로 정상적으로는 슬개골이 가운데에 위치함으로써 무릎을 펴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며, 이때 슬개골의 관절연골은 마찰계수를 줄임으로써 이의 효율을 높인다.

주로 슬개골의 부정정렬(不正整列, malalignment), 슬개골 주위의 근육, 건, 인대의 내측이완과 외측긴장 등이 문제가 되므로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방사선 촬영을 하여 슬개골의 비정상적 정렬 등의 유무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생역학적으로 발의 변형, 발의 과도한 회내전(overpronation), 대퇴사두근의 약화, 바깥쪽 구조물의 유연성 저하도 문제가 된다.

무릎을 구부린 채로 오래 앉아 있을 때 무릎 앞쪽에 통증이 느껴지고(movie or cinema sign) 무릎을 많이 구부리는 스쿼트자세, 계단을 오를 때 증상이 심해지며, 무릎을 누른 상태에서 무릎을 펴면(knee extension against registance) 통증이 유발된다.

달리기에선 훈련 강도와 거리를 늘렸을 때, 언덕훈련을 많이 했을 때 (주로 오를 때)가 원인이다.

예방과 치료로서 장경대, 함스트링, 무릎지지대(retinaculum)의 스트레칭에 정성을 다하고 대퇴사두근, 특히 내측 사광근 근력강화 운동이 중요하다.

거위발(pes anserinus) 건염

무릎을 움직이면서 안쪽을 관찰하면 아래쪽 다리뼈(경골)에 세 개의 건(tendon)이 붙는 곳이 있는데, 이 부위에 생기는 염증을 말한다. 또한 이 부위에는 물주머니(점액낭)가 있어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점액낭염이라고 한다. 모두 과사용에 의한 손상으로 무릎에 외반력이 가해질 때 생긴다.

슬개건염(Patellar Tendinitis, Jumper’s Knee)

무릎뼈 정가운데서 아래쪽으로 경골에 붙는 힘줄을 슬개건이라 하는데, 여기에 생긴 염증으로 주로 도약과 착지가 불안정해서 초래되며 달리기에선 언덕훈련을 과도하게 할 때 생길 수 있다.

무릎 반월상 연골

무릎관절은 넓적다리뼈인 대퇴골(femur)과 정강이뼈인 경골(tibia)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곳인데, 뼈와 뼈가 부딪치면 시끄럽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완화시켜주는 완충작용을 하는 게 바로 반월상 연골이다. 반월상 연골은 면이 고르지 못한 두 뼈(대퇴골과 경골) 사이에서 면을 고르게 하며 두 뼈가 만나는 접촉 면적을 넓혀줌으로써 뼈에 가는 하중을 감소시키고 관절연골의 영양에도 관여하는 등 매우 중요한 구조물인데, 이것은 압박력(compression)에 잘 견딜 수 있는 배열로 정렬된 단단한 콜라겐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기로 인한 손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축구나 농구 등 무릎에 순간적인 비틀림이 많이 작용하는 운동에서는 반월상 연골 손상의 빈도가 높지만 달리기는 상대적으로 이에 비해 안전한 운동이라 할 수 있겠다.

관 절 염

관절연골을 구성하는 요소 중 섬유질(collagen fiber)과 기질(ground substance)은 압력과 장력에 견딜 수 있는 연골의 치밀도(compactness)와 탄력성(elasticity)에 관여하며, 관절연골에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관절 내에 있는 관절액(활액, synivial fluid)이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연골에 흡수되어 확산되는(diffusion & imbibition) 특이한 방법으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따라서 관절에 적절한 운동과 자극이 관절연골을 건강하게 유지해 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골의 기질 성분인 chondroitin sulfate가 감소되며 연골이 약해지고 이들로 인해 강도를 유지하던 교원질섬유(collagen fiber)가 손상에 약해지며 세열화(fibrillation), 균열이 일어나고 얇아지며 결국 연골이 소실되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되게 된다.

그럼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모두 그렇게 진행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노화와 관절염에서의 연골 변화는 생화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선 사진상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 소견을 보이는 경우라도 증상은 경미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다 관심을 갖는 것은 운동선수에 있어 관절염과의 상관관계이다. 올림픽 게임 등 국제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축구선수들에서는 경-대퇴관절(tibiofemoral joint)에, 역도선수들에서는 슬개-대퇴관절(patellofemoral joint)에 관절염 빈도가 높았으며, 이중 상당수에서는 과거 입원을 요할 정도의 급성 손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 장거리 주자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1983년 영국 스포츠 잡지에 발표된 ‘무릎통증이 있는 주자에서의 관절염’이란 논문에 따르면 관절염이 생긴 주자들 대다수에서 내반슬(genu varum)의 무릎 변형과 과거 무릎 손상이 있었고 이 내반슬과 과거 무릎손상이 관절염을 초래하는 중요한 선행요인이며, 달리기 자체가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1986년 미국 정형외과 잡지에 실린 ‘달리기가 슬관절과 고관절의 관절염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달리기와 관절염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주간주행거리(mileage)와도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간주행거리가 많은 (high mileage, 80km/주 이상) 경우에서는 고관절의 관절염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논문도 있는 바, 이는 차후 장기적인 추시 연구 과제로 남는다.

결 언

달리기 부상에 있어서 빈도(frequency)보다는 강도(intensity)가 더 중요한 원인이며 대부분의 무릎부상은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예방할 수 있으며 발병시에도 잘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근육의 유연성(flexibility)과 근력(strength)을 증진시키는 것이 부상예방의 열쇠(key)임을 명심하여 때때로 적절한 휴식하며 훈련을 지속한다면 마라톤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는 건강한 무릎을 갖게 될 것이다.

달리기 부상의 예방에 관한 10가지 조언

⑴ 신발은 적절한가?
⑵ 적절한 주로면을 달리는가?
⑶ 통증이 있는 부위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가? (해부학적 위치)
⑷ 해부학적 이상은 없는가?
⑸ 금연을 하고 적절한 음식을 먹는가?
⑹ 오버트레이닝은 아닌가?
⑺ 때때로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가?
⑻ 올바른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⑼ 근력강화 운동을 통하여 근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⑽ 달리기를 이해하는 신뢰할 만한 친한 의사가 있는가?

달리기 중 휴식을 취해야 하거나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

⑴ 붓거나 열감이 있는 경우
⑵ 가벼운 달리기에도 통증이 계속될 경우
⑶ 쉬어도 통증이 계속 있을 경우

달리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오히려 쉽게 할 수 없다. 또한 초,중,고 시절 힘들었던 체력장을 떠올리면 달리기는 더욱 멀어지고 만다. 내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살아가며 한번쯤 달려보고 싶을 때가 있지만 마라톤이란 단어를 접하면 대개는 고개를 젓고 만다. 육상선수의 전유물이며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 나는 우연히 하프대회(2001.3.4서울마라톤)에 참가신청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하프를 완주하고(2시간13분), 이후 반달(반포달리기)과 하프대회를 순례하면서 드디어 2001년 가을 춘천마라톤(2001.10.24)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하고(4시간22분) 2002년 봄 동아마라톤(2002.3.17)에선 10분대에 진입한다.(4시간11분)

달리지 않는 한 선배는 내 기록을 보고 그것도 달리는 거냐고 비웃기도 하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놀라워 하기도 한다, 고교 동창들은 더더욱. “이야, 마라톤을 뛰었어? 42.195km를?”

마라톤은 기록경기이기에 기록을 무시할 순 없으나 기록에 집착하여 몸을 망치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유명 마라톤 사이트에 드나들게 되고, 부상으로 고민하는 많은 글들을 접하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글을 쓰다 보면 만족스런 글이 되지않아 지운 적이 많은 나는 이번 ‘달리기 건강학’ 연재를 의뢰받고 무척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일천한 달리기 경험과 저조한 기록들, 그리고 복잡한 사회 환경, 개원의로서의 어려움...

하지만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하였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달리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면...

가끔은 무리도 하여 오버트레이닝으로 고생도 했지만, 난 내가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지만 꾸준히, 느리지만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서 먼 훗날 많은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 이제 이렇게 즐거운 달리기를 지금 당장 시작합시다.”라고...

글.김학윤 (광진정형외과 / 달리는 의사들)